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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 한잔 時 하나126

飮酒(음주) / 陶淵明(도연명) 몰보라가 빛을 만나면 일곱 빛깔 무지개로 변하고, 프리즘이 빛을 만나면 일곱 빛깔 색감으로 변하듯, 술이 시인을 만나면 아름다운 빛감의 시(詩)가 되다. 飮酒(음주) / 陶淵明(도연명) 結廬在人境(결여재인경) / 마을에 여막 짓고 살아도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 거마의 시끄러움 없네 .. 2012. 11. 13.
가을꽃집 / 용혜원 가을꽃집 / 용혜원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 같은 갈대와 마른 나뭇가지 그리고 가을 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 보세요 사람들 속에서 불어 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 2012. 10. 29.
국화옆에서 / 미당 서정주 국화옆에서 / 미당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 2012. 10. 15.
시월 / 임보 시월 / 임보 모든 돌아가는 것들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덫을 내리고 모든 남아 있는 것들의 발성(發聲)을 위해 나는 깊고 푸른 허공에 화살을 올리다. 2012. 10. 11.
해를 파는 가게 / 이연승 해를 파는 가게 / 이연승 거울 가게에는거울 수만큼하늘이 있습니다.날마다하늘을 파랗게 닦아 놓고해를 팝니다. 손님들은하늘 속에 비친얼굴을 보고해가 담긴거울을사 가지고 갑니다. 2012. 10. 11.
노을 / 최윤경 노을 / 최윤경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2012. 10. 8.
가을 / 정호승 가을 / 정호승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 2012. 10. 5.
생명(生命) / 한승수 생명(生命) / 한승수 생명은 하늘에서 온다. 하늘이 따뜻한 봄바람으로 세상에 사랑의 기운 불어 넣으면 나무에서 꽃이 피고 알에서 새들 깨어나듯 엄마 아빠를 닯은 귀여운 아가들이 태어난다. 생명은 순결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들과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노루새끼들 물 속을 헤엄.. 2012. 8. 25.
바다 / 김성춘 바다 / 김성춘 그와 나는 참 막역한 사이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우리는 마음속 연인, 만날 때 마다 은밀히 포옹을 한다. 오늘도 방어진 솔나무 숲길 사이로 내가 그를 찾았을 때 그는 내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무슨 암호같은 주문을, 바다의 푸른 침묵사이로. - 옴 아모.. 2012. 8. 7.
세월 / 천상병 세월 / 천상병 세월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다. 세월은 大地가 주시는 것이다.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세월이여 얼마나 永遠하며 얼마나 언제까지냐? 아침이 밤되는 사이에 우리는 생활하고 한달이 한해되는 사이에 슬픔도 있고 기쁨도 있으니 2012. 7. 13.
장마철 / 천상병 장마철 / 천상병 어제는 비가 매우 퍼붓더니 오늘은 비가 안 오신다 올해 장마는 지각생이다. 테레비 뉴스를 보면 올 장마에 큰 수해를 입었다는데 나는 외국 소식인가 한다. 장마여 비여 적당히 내리라 그래야 올 농사가 잘 될 것이 아닌가! 2012. 7. 9.
연꽃 / 이외수 연꽃 / 이외수 흐린 세상을 욕하지마라 진흙탕에 온 가슴을 적시면서 대낮에도 밝아 있는 저 등불 하나 ..... 2012. 7. 4.
구름에 깃들어 / 천양희 구름에 깃들어 / 천양희 누가 내 발에 구름을 달아 놓았다. 그 위를 두 발이 떠 다닌다. 발 어딘가, 구름에 걸려 넘어진다. 생이 뜬구름 같이 피어오른다 붕붕거린다. 이건 터무니없는 낭설이다. 나는 놀라서 머뭇거린다. 하늘에서 하는 일을 나는 많이 놓쳤다. 놓치다니! 이젠 구름 잡는 일.. 2012. 6. 28.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 2012. 6. 26.
내가 바다에 가는 이유 / 최석우 내가 바다에 가는 이유 / 최석우 사막을 비틀거리던 어린 왕자처럼 나의 별과 나의 꽃이 그리운 날 나는 바다에 간다 내 머리 위에 내가 돌아가야 할 별은 없을지 모르나 바다에 가면 조나단 리빙스턴 시갈을 꿈꾸는 새의 알이 하나씩 생겨난다 한쪽에서 해가 뜨고 한쪽에서 해가 지는 마.. 2012.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