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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 한잔 時 하나126

고향 / 김후란 고향 / 김후란 내 마음 나직한 언덕에 조그마한 집 한 채 지었어요. 울타리는 않겠어요. 창으로 내다보는 저 세상은 온통 푸르른 나의 뜰 감나무 한 그루 심었어요 어머니 기침 소리가 들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깊어 가는 고향집. 2018. 5. 31.
오월의 신록 / 천상병 오월의 신록 / 천상병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2018. 5. 30.
걷고 싶지 않나요 일상의 일들 복잡한 사람들과의 관계들 모두 던져 버리고 그저 눈이 시린 푸른 숲길을 걷고 싶지 않나요 .... 2018. 5. 7.
저녁 노을 / 손광세 저녁 노을 / 손광세 비 맞아 떨어진 벚나무 단풍. 책 속에 고이고이 끼워 두었지만 나 몰래 빠져나간 그 고운 빛깔. 누이야, 저 하늘에 걸려 있구나! 2017. 7. 23.
바다의 노래/이상화 바다의 노래/이상화 내게로 오너라 사람아 내게로 오너라 병든 어린애의 헛소리와 같은 묵은 철리 (哲理)와 낡은 성교(聖敎)는 다 잊어버리고 애통을 안은 채 내게로만 오너라 하나님을 비웃을 자유가 여기 있고 늙어지지 않는 청춘도 여기 있다 눈물 젖은 세상을 버리고 웃는 내게로 와.. 2017. 7. 6.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일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 2016. 11. 24.
물 / 이 태 옥 물 / 이 태 옥 ​ ​ 사는 게 허허로울 때는 감천에 서자 ​ ​ 물은 속살거리며 세월을 산다 ​ ​ 갈등도 고뇌도 품고 서로를 애무하며 낮게 낮게 간다 ​ 세월을 잊고 사는 유유한 그리움이 시공을 넘어 영원을 산다 ​ ​ 아픈 세월도 내색 없이 바람 데리고 .. 2016. 11. 13.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 2015. 12. 22.
가을 들녘에 서서 / 홍해리 가을 들녘에 서서 / 홍해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2015. 9. 4.
한 뼘만 더 / 오은영 한 뼘만 더 / 오은영 왼손을 펴고 한 뼘을 재어 봐. 10cm도 안 되는 짧은 길이지? 하지만 난, 고만큼 더 멀리 바라볼 테야.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도록. 그다음엔 고만큼 더 높게 뛰어 볼 테야. 푸른 하늘이 가까이 내려오도록. 마지막엔 고만큼 마음속 웅덩이를 깊이 파야지. 내 꿈이 그 안.. 2015. 7. 12.
바다와 나비 / 김기림(金起林) 바다와 나비 / 김기림(金起林)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 2015. 7. 11.
멈추지 말라고 / 정공량 멈추지 말라고 / 정공량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길은 어디까지 펼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길은 그 어디까지 우리를 부르는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 2015. 7. 10.
비우기 / 공석진 비우기 / 공석진 몸을 비우려고 물만 마시는 날이 벌써 여남은째 비워야 채워지는 걸 나이 쉰에 깨닫는다 마음을 비우기까지 또 얼마나 천겁(千劫)을 기다려야 하는지 비우는 연습을 가선지게 하면서 오늘도 물 두어 잔에 담구어 색 바랜 나를 버린다 2015. 7. 7.
봄 꽃 피는 날 / 용혜원 봄 꽃 피는 날 / 용혜원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 걸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른 보고 활짝 웃는 이유를 2015. 3. 31.
자연 / 박재삼 자연 / 박재삼 뉘라 알리, 어느 가지에서는 연신 피고 어느 가지에서는 또한 지고들 하는 움직일 줄을 아는 내 마음 꽃나무는 내 얼굴에 가지 벋은 채 참말로 참말로 바람 때문에 햇살 때문에 못 이겨 그냥 그 웃어진다 울어진다 하겠네. - 남도의 풍광을 바라보며 - 2015.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