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茶 한잔 時 하나126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2012. 3. 12.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 2012. 3. 7.
흰 구름의 마음 / 이생진 흰 구름의 마음 / 이생진 사람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땅에서 살다 땅에서 가고 구름은 아무리 낮은 구름이라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간다 그래서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작은 몸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갈 때에도 큰 몸이 되어 산을 덮었을 때에도 산을 해치.. 2012. 3. 6.
추억(追憶) / 정연복 추억(追憶) / 정연복 알록달록 기쁨과 슬픔의 집을 지으며 살아왔네 산새알 물새알 같은 아롱다롱 추억들이 쌓여 세월의 강을 건너는 돛단배 되네 눈물짓던 시절도 세월이 흘러 뒤돌아보면 그리움으로 남는 것 사랑하던 사람은 가고 없어도 가슴속 깊은 곳 연분홍 사랑의 추억은 남아 고.. 2012. 3. 4.
아침 언어 / 이기철 아침 언어 / 이기철 저렇게 빨간 말을 토하려고 꽃들은 얼마나 지난 밤을 참고 지냈을까 뿌리들은 또 얼마나 이파리들을 재촉했을까 그 빛깔에 닿기만 해도 얼굴이 빨갛게 물드는 저 뜨거운 꽃들의 언어 하루는 언제나 어린 아침을 데리고 온다 그 곁에서 풀잎이 깨어나고 밤은 별의 잠옷.. 2012. 2. 25.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 이태수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 이태수 마음을 씻고 닦아 비워내고 길 하나 만들며 가리. 이 세상 먼지 너머, 흙탕물을 빠져나와 유리알같이 맑고 투명한, 아득히 흔들리는 불빛 더듬어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가리. 이 세상 안개 헤치며, 따스하고 높게 이마에는 푸른 불을 달고서, 2012. 2. 24.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 2012. 2. 15.
어둠에 대하여 / 김행숙 어둠에 대하여 / 김행숙 때로 어둠은 들뜬 세상도 가라앉혀 주곤 하지 이글대던 해 서산마루 넘어가고 천천히 노을이 물들면 모두들 돌아갈 고향 생각에 잠기지 그러나 어둠에 길들면 세상을 다시 보는 깊은 눈도 생기게 된다는데 내 가까이로 가라앉는 숨결 다소곳이 땅은 두 손 내밀어 .. 2012. 2. 14.
해 / 박두진 해 /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 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빛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 2012. 2. 12.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2012. 2. 4.
바다에 오는 이유 / 이생진 바다에 오는 이유 / 이생진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왔다 몇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안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바다는 부자 하늘도 가지고 배도 가지고 갈매기도 가지고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날마다 칭얼거리니 2012. 2. 3.
살다보니... 살다보니... 돈 보다! 잘난 거 보다! 많이 배운거 보다.. 마음이 편한게 좋더라 살아가다 보니 돈이 많은 사람 보다.. 잘난 사람보다! 많이 배운 사람보다 마음이 편한 사람이 훨씬 좋더라 내가 살려하니... 돈이 다가 아니고! 잘난게 다가 아니고.. 많이 배운게 다가 아닌.. 소박함 그대로가 .. 2012. 2. 2.
삶의 오솔길을 걸으며 / 이정하 삶의 오솔길을 걸으며 / 이정하 사람에겐 누구나 홀로 있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낙엽 밟는 소리가 바스락거리는 외가닥 오솔길을 홀로 걷고 싶기도 할 때가 있고 혼자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명상에 잠기고 싶은 때도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서 인.. 2012. 1. 31.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세월 / 용혜원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세월 / 용혜원 흘러만가는강물같은 세월에 나이가 들어간다 뒤돌아보면 아쉬움만 남고 앞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인생을 알만 하고 인생을 느낄만 하고 인생을 바라볼 수 있을만 하니 이마엔 주름이 깊이 새겨져 있다 한 조각 한 조각 모자이크한 듯한 삶 .. 2012. 1. 31.
바람에게... / 이해인 바람에게... /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 2012.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