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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 한잔 時 하나126

행복 / 천상병 행복 /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 2015. 2. 16.
호수로 가는 이유 / 김내식 호수로 가는 이유 / 김내식 공기의 움직임이 바람이라면 마음의 움직임은 근심인가 어찌 하루도 조그만 내 가슴이 고요하지 못하여 풍랑이 심한 날은 나도 모르게 한적한 호수를 찾아 수면을 바라본다 생각은 호수의 물결인가 잔물결의 표면에 비치는 미루나무는 흐려지고 굽어지며 하.. 2015. 1. 3.
가을 / 조병화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거 가을은 구름 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500px popular https://500px.com/photo/.. 2014. 11. 26.
가을의 시 / 김초혜 가을의 시 / 김초혜 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으니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2014. 10. 18.
코스모스 / 윤동주 코스모스 / 윤동주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또리 울음에도 수집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 2014. 9. 27.
파도와 서산대사 바다의 파도는 밀려오고 쓸려간다. 사람의 일들도 왔다가 가는 것이 삶이라고 파도는 사람들에게 교휸을 준다. 세상의 일에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돌아가고 돌아가는 세상에 내가 속해 있을때엔 겸허히 감사하며 살면... 사람의 일, 사람이 만든 자리에 연연하면 시간이 지나 파도가 쓸려.. 2014. 6. 4.
길(道) 길(道) / 안태홍 새들은 앉아있다 그리고, 새들은 날아간다 빛은 허공을 가르고 구름은 화답하며 무형의 기류를 타다 하늘도 바다도 산도 그리고 사람도 ...... - 하늘 바다 산 그리고 사람의 고리 자락을 바라보며 - 2014. 4. 1.
봄을 위하여 / 천상병 봄을 위하여 /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 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2014. 3. 29.
우정 / 김광섭 http://500px.com/photo/65064523 우정 / 김광섭 구름은 봉우리에 둥둥 떠서 나무와 새와 벌레와 짐승들에게 비바람을 일러주고는 딴 봉우리에 갔다가도 다시 온다 샘은 돌 밑에서 솟아서 돌을 씻으며 졸졸 흐르다가도 돌 밑으로 도로 들어갔다가 다시 솟아서 졸졸 흐른다 이 이상의 말도 없고 이 .. 2014. 3. 26.
고래를 위하여 /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 2014. 3. 23.
청사포에서 / 천양희 청사포 가는 길 굽어진 도로에 차를 세우고 빛 나린 바다 바라보다. 예전 그때의 감흥, 회상하며 ..... 청사포에서 / 천양희 청사포 앞 바다엘 간다. 부산 아지매 사투리가 생선처럼 튀는 아침 바다의 자리는 생생하게 빛난다 투명한 물 속 저 환한 화엄계! 수평선이 세상을 수평으로 세운다.. 2014. 3. 12.
성탄제 / 김종길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 2013. 12. 20.
커피향 머금은 풍경 심야의 커피 / 박목월 | 이슥토록 글을 썼다. 세벽 세 時 시장끼가 든다. 연픽을 깎아낸 마른 향나무 고독한 향기 불을 끄니 아아 높이 靑과일 같은 달 || 겨우 끝맺음 넘버를 매긴다. 마흔 다섯 장의 散文(흩날리는 글발) 이천원에 이백원이 부족한 초췌한 나의 分身들 아내는 앎고... 지쳐 .. 2013. 8. 7.
길(道) 물고기는 물속에서 나고 사람은 '道도'에서 난다. 물에서 난 물고기는 연못의 깊은 그늘로 찾아들어가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모두 만족된다. '道도'에서 난 사람은 無爲무위의 깊은 그늘로 침잠하여 다툼과 근심을 잊는다면 그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고 그 삶은 편안하다. -장자 내편 .. 2013. 6. 19.
저녁 노을 / 이해인 저녁 노을 / 이해인 있잖니, 꼭 그맘때 산 위에 오르면 있잖니, 꼭 그맘때 바닷가에 나가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놀 그 놀을 어떻게 그대로 그릴 수가 있겠니. 한번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한번이라도 입어보고 싶은 주홍의 치마폭 물결을 어떻게 그릴 수가 있겠니. 혼자 보기 아까와 언니를 .. 2013.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