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로 가는 이유 / 김내식
공기의 움직임이 바람이라면
마음의 움직임은 근심인가
어찌 하루도 조그만 내 가슴이 고요하지 못하여
풍랑이 심한 날은 나도 모르게
한적한 호수를 찾아
수면을 바라본다
생각은 호수의 물결인가
잔물결의 표면에 비치는 미루나무는
흐려지고 굽어지며
하늘에 뜬 해와 달도 둥글지 못하여
바람의 파장 따라 이지러져
바르게 볼 수 없다
이윽고 호수에 바람이 잦아들면
고요하고 평온해지게 되며
거기에는 더 이상
파장도 일어나지 않게 되어
물가의 느티나무가 있는 그대로 나타나고
그 가지에 앉은 작은 새가
눈에 보이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지저귀는 소리
그것이 아름다운 시가 되고
감미로운 음악이 되어
혼탁한 나의 뇌리와 가슴
관통해 지나가면
비로소 세상이 아름답게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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