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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속 세상으로

책 먼지 털어내며...

by 감홍시 2006. 2. 28.

 

희뿌연 하늘 구름이 낮게 깔리고 대기속의 수분은 물방울로 화하여 땅으로 내려오려 한다

 

조용한 아침 시간 한잔의 차와 책을 읽으며 간간히 산보 아닌 산보도 한다

 

 

며칠전부터 읽으려고 먼지를 툭툭 털어낸 법정스님의 책이 눈에 들어 온다

 

예전에 읽었을 때완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무심코 편 페이지엔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짦막한 글

 

며칠 동안 비가 내리고 안개가 숲을 가리더니 수목들에 물기가 베었다. 겨울 동안소식이 묘연하던 다람쥐가 엊그제부터 양지쪽 헌식돌 곁에나와 내 공양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늦가을 무렵까지 윤기가 흐러던 털이 겨울을 견디느라 그랬음인지 까칠해졌다. 겨우내 들을 수 없던 산비둘기 소리가 다시 구우구우 울기 시작했고, 밤으로는 앞산에서 고라니 우는 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치고 있다. 나는 한밤중의 잠에서 자주 깨어 일어난다. 이런 걸 가리켜서 사람들은 봄의 시작이라고 한다

 

- 범정 스님 수상집 <서 있는 사람들> 중에서 -

 

 

어느듯 겨울의 자취 속에서 봄의 정경들의 모습들이 하나씩 모자이크처럼 모습을 갖춰 나가는 계절이다

 

현자들은 먼 곳에서 진리와 갈증을 해소하지 않고 바로 자신이 있는 그 곳에서 자신의 물음에 대한 갈증을 해결한다는 것이 떠 오른다

 

우리네 삶속에는 바로 지척에 현자들이 있지만, 크기와 다소를 비교의 척도로 생활해 나가는 삶속에서는 바로 옆의 현자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아라비아의 속담중에서 아직도 생각 나는 속담이 있다

 

'낙타는 먼 산을 바라 보지 않는다'

 

낙타는 오로지 현재 자신의 환경에 충실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 간다는 얘기일 것이다

 

 

봄이라도 똑 같은 봄이 아니고

여름이라도 똑 같은 여름이 아닐 것이다

 

 

겨울 추위를 아는 이는 봄의 따뜻한 정경의 고마움을 알고

여름의 무더위를 아는 이는 겨울의 시원함을 알며

힘든 노동을 한 이는 휴식의 달콤함을 알 것이다

 

 

한권의 책에 쌓여 있던 먼지를 털어내면서 잠시나마 명상이라는 것을 짧게 나마 해보게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물에는 우연이라는 것이 없다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조금은 관심을 귀울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세상 속의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을 가지게 되는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붓가는 대로 가는 삶속에도 길은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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