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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대로

기와지붕의 세월

by 감홍시 2005. 6. 8.
 
오늘 따라 한용운 님의 '님의 침묵'이 떠오르는구나.
 

 

님은 갓슴니다 

아아 사랑하는나의님은 갓슴니다
푸른산빗을 깨치고 단풍나무숩을 향하야 난 적은길을 거러서 참어떨치고 갓슴니다
黃金의 꽃가티 굿고빗나든 옛盟誓는 차듸찬띠끌이되야서 한숨의 微風에 나러갓슴니다
날카로은 첫<키쓰>의 追憶은 나의運命의 指針을 돌너노코 뒷거름처서 사러젓슴니다
나는 향긔로은 님의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은 님의얼골에 눈멀었슴니다
사랑도 사람의일이라 맛날때에 미리 떠날것을 염녀하고경계하지 아니한것은아니지만 리별은 뜻밧긔 일이되고 놀난 가슴은 새로은 슬븜에 터짐니다
그러나 리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源泉을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줄 아는 까닭에 것 잡을수 업는 슬븜의 힘을 옴겨서 새希望 의 정수박이에 드러부엇슴니다
우리는 맛날때에 떠날것을염녀하는 것과가티 떠날때에 다시맛날것을 믿슴니다
아아 님은갓지마는 나는 님을보내지 아니하얏슴니다
제곡조를못이기는 사랑의노래는 님의沈默을 휩싸고 돔니다 
  

만나면 떠날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때에 다시금 만날것을 믿는다는 구절은 오늘따라 나의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람들은 모두 다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둥근 인연속에서 살아가지만 사람들은 먼 훗날의 일을 믿기 보다는 현재의 희노애락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인 것 같다.

 

오늘도 시골의 먼 길을 돌고 돌았지만 마음속에 느껴지는 것은 텅비어 있는 느낌만이다. 차라리 법정스님의 텅빈충만이라면 좋으련만, 나의 비움은 또 다시 무언가를 채우려고 하는 비움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구나....

 

이천오년하고도 유월 이레날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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