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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대로

지친몸을 기대며...

by 감홍시 2005. 6. 7.

 

잠을 서너시간 밖에 못잔 탓인지 아침부터 비몽사몽이다. 조금 쉬고 싶은데 오늘 일과와 더불어 집의 도시가스 내관 설비 공사로 인해서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공사중 시공사 직원의 실수로 벽을 뚫으면서 전기줄까지 서그덩...^^

 

어찌하여 일과를 마치고 내관공사 마무리를 부탁하며 해질녁 즈음해서 카메라를 들고서 붓가는 대로 가자고 차에 몸을 싣고 보니 어느듯 죽동에 몸이 머물고 있다.

 

막상 와보니 오기전 피곤해서 잠을 자려고 했던 것보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인적이 없는 시골길이지만 텅비어 있는 정경속에서 오히려 꽉차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좋았다.

 


 

사진을 찍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무엇을 보며 느낄까를 생각하며 마을 이리저리 다녀도 사람들의 이동이 거의 보이질 않는 곳에서 오히려 간혹 지나가는 차들이 속도를 늦추며 이방인을 보는듯 했다.


 

 

 

오래된 사당을 지나면서 사람들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한 모습을 유지한채 나무와 이름모를 들풀들만이 오래된 기와지붕과 교감을 이루는 듯 하였다.

 

 

 

황토의 담들은 세월의 흐름에서인지 약간은 기울어져 있는 것이 오히려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왠지 익숙한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마음일까....

 

여행에는 화두가 따르지만, 오래된 황토담을 보니 머리속이 텅비어 버린 듯한 공백상태를 느끼것도 그리 쉽지 만은 않은데, 지친 몸을 이끌고 해질녁 짧은 시간을 보내는 이 곳에서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하다.



 

하나의 정경은 나의 마음을 묘하게 끄는 것이 유리왕이 사랑하는 치희가 떠나간것을 슬퍼하며 울던 황조가의 곡조가 들려오는 듯한 소나무 부부에 까닭모를 웃음이 감도는구나... 



 

길이 먼저인지 나무가 먼저인지 순서를 가릴것 없이 길과 나무가 조화로이 어울려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또한 시골의 한 정경이지 않을까 싶다.



 

나즈막한 재너머에 서있는 앙상한 한그루의 나무가 나의 시선을 이끄는구나...



지친몸을 이끌며 붓가는 대로 온 시골길의 신작로에 잠시 서서 오늘 하루 일상의 피로감을 떨쳐 본다. 길 저편 어디엔가는 또 다시 나를 부르는 모티브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든다.

 

시골길을 걷다보면 간혹 법정스님의 텅빈충만이라는 고승의 철학적 문구가 머리결에 흐르지만, 오늘 내가 걸으며 느꼈던 텅빔은 텅빔 자체로서의 충만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한 세속의 텅빔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또 어디론가 붓이 가는대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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