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님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시를 처음 접했을 때가 고등학교 재학시절...
당시 어려웠었던 현실이 너무나 싫어서 현실로부터 도피를 하고 싶어서 이리 저리 방황을 하던 시절, 이 시를 접하며 '젊음이라는 것은 새로운 무엇을 향해 목적을 세우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자조적인 물음을 던지며 시를 읽어 나갔던 기억이 새록하다.
어찌보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힘든 과정 속에서 삶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듯하다.
비록, 시의 멋스러움이나 다듬은 흔적 보다는 시대적 목적의식이 앞서서 투박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시를 읽다 보면 바다와 소년 그리고 희망이라는 묘한 트라이앵글이 가슴 속에 와 닿듯 시원하다.
비록 투박하나 투박한 시를 좋아 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通寄)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파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그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소년] 창간호, 1908.11)
다가올 새로운 날을 위하여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며...
세상의 시련에 굴하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해에게서 소년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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