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구름과 대기와 습한 대기의 기운은
대지에 뿌연 안개 마냥 살포시 내려 앉아서 해님을 맞이 한다
시간이 흐름과 해님의 따사로움은
희뿌연 구름과 습한 대기의 기운을 조금씩 안으며
수평선 저 너머의 뿌연 영상들의 윤곽을 보이게 한다
시간이란
현재에 머물며 미래를 향해 떠나는 나그네처럼
긴 시간의 세월은
일상 속에 지친 이들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준다
세월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희노애락의 상념은 세월의 흐름속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어쩌면 세월이 주는 망각을 잊어 버리기 위해 영원한 현재에 머무는 것일지도...
어제가 있음으로 해서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음으로 해서 내일이 있듯
세월은 현재의 연속선상에 있을 것이다
'茶 한잔 時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 (0) | 2006.07.18 |
---|---|
미라보 다리 / 아폴리네르 (0) | 2006.05.21 |
꽃/김춘수 (0) | 2006.05.11 |
나는 왕(王)이로소이다/홍사용 (0) | 2006.04.28 |
비가 온다/황학주 (0) | 2006.04.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