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茶 한잔 時 하나

세월/도종환

by 감홍시 2006. 5. 16.

 

희뿌연 구름과 대기와 습한 대기의 기운은

대지에 뿌연 안개 마냥 살포시 내려 앉아서 해님을 맞이 한다

 

시간이 흐름과 해님의 따사로움은

희뿌연 구름과 습한 대기의 기운을 조금씩 안으며

수평선 저 너머의 뿌연 영상들의 윤곽을 보이게 한다

 

시간이란

현재에 머물며 미래를 향해 떠나는 나그네처럼

 

긴 시간의 세월은

일상 속에 지친 이들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준다

 

 

세월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희노애락의 상념은 세월의 흐름속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어쩌면 세월이 주는 망각을 잊어 버리기 위해 영원한 현재에 머무는 것일지도...

 

어제가 있음으로 해서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음으로 해서 내일이 있듯

세월은 현재의 연속선상에 있을 것이다

 

 

'茶 한잔 時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  (0) 2006.07.18
미라보 다리 / 아폴리네르  (0) 2006.05.21
꽃/김춘수  (0) 2006.05.11
나는 왕(王)이로소이다/홍사용  (0) 2006.04.28
비가 온다/황학주  (0) 2006.04.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