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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이야기

메시지 바라 보며...

by 감홍시 2006. 6. 10.

 

며칠전 오전경에 한통의 메시지가 들어 왔다는 신호음이 핸드폰에서 울린다. 무심코 문자를 확인하며 깜짝 놀라게 된다.

 

15년전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알게된 누님...이제 반백을 앞둔 고운 자태를 가지신 누님...마음이 아이와 같으신 분...

 

지금도 독신으로 사시면서 책과 음악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시는 그분의 얼굴을 간혹 뵐때면, 반백이 다 되어 가시는 분이시라기 보다는 갓 삼십을 넘어선 뽀송 뽀송한 피부와 18세 소녀의 수줍은 미소를 가지고 계신 분...

 

영혼이 너무 맑아서 앞에 서면 맑은 영혼의 거울에 비친 얼룩진 나의 모습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비쳐서 마이 쑥스러웠는데, 아마 지금도 마주 보게 되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당시 한참 일천한 학문과 개똥 철학과도 같은 고뇌에 빠진 20대 중반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고 있었던 나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서 함께 하셨던 분이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면서 10년 가까이 뵙질 못하였다.

 

몇 해전 고향으로 내려 와서도 해가 두서너번이 지난 다음에서야 연락을 드리고, 당시 친했었던 지인들과 함께 쇠주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바구를  하곤 했는데...

 

 

나는 지금도 누님을 '나누'라고 부른다.

 

당시엔 장난기가 많아서(지금도 장난기가 많지만^^) '누나'를 거꾸로 해서 '나누'라고 불렀었는데, 지금도 전화를 하면서 '누님' 이라기 보다는 '나누' 하며 인사를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할 때면 때때로 '나누'께서는 돌파리는 여전이 건강하네...하신다...^^

 

지금도 여전히 돌파리...

 

 

전화를 하며 토요일 저녁에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쇠주와 더불어 옛 지인들과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자고 하신다.

 

약간 긴장이 된다. 사실 쬐매 많이 긴장이 된다. '나누' 뿐만 아니라, '나누' 주변의 지인들은 대부분 영혼이 맑아서 분명히 마주 앉은 나는 또 그 맑은 영혼에 비추어진 얼룩진 나의 모습을 보게 될텐데...

 

오늘은 약간 뽀샤시하게 해서 나가야 된다는 생각은 굴뚝 같지만, 세면을 하고서 얼굴을 쳐다 보니, 얼굴이 좀 삭았다...^^

 

거울을 보미 웃는 연습도 함 해본다...씨~익~  ^_____^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게 되는 것은 무섭고,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부 지위 명예로 무장한 사람들을 만날 때면 두렵지도 않고 만만하지만...

 

아이와 같은 맑은 영혼을 가진 분들과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착하신 분들을 뵙게 되면, 만날 때마다 긴장이 되고 무섭다...

 

그들과 마주서면 깨끗한 거울 앞에 서서 얼룩지고 구겨진 옷을 입고 있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비추어진다...

 

그래도, 고마운 맘은 항상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있기에 아직까지 세상이라는 곳이 존재하고 더불어 살아 갈 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에...

 

 

거울을 보며 돌파리는 감홍시는 다시 함 웃어 본다...

 

씨~익~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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