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술령 비 오던 날에>
비가 온다 / 황학주
나를 불렀던 것이 아닐까
그 부름이 늘 나를 불렀던 것이 아닐까
비가 오는
동안
연약해져서 두렵지도 않은 나는
몸을 구부리고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이끼를 기다리며
기와를 얹어본 적이
있는
이 바닷가에
나를 생각하는 동안에도 네 눈물이 드나들었다.
네게 가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막는다
갈림길을 혼자서
지나온
높은 미로가 있어
올라가 버린
높은 외로움에
빗속에서 동백꽃이 붙었다 떨어졌다.
너만이 조용히 나를
안다.
근심하며
너의 부름에 대답하는
젖은 상처가 구두 안에 번진다.
폭풍우 속에서 장대비가 쏟아지는 그런 날
인적 드문 숲속에서
말 없이 서 있는 동안은 자신의 초라한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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