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목장길이 떠 오른다
일을 마치면 목장에 가야지 마음을 먹었더니, 마음은 벌써 목장길을 가고 있는 기분이다
목장 가는길을 가기 위해선 산을 내려가서 10리 정도 도로를 따라서 간 다음 다시금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바람이 꽤 쎄게 불지만 마음이 달리고 있어서 인지 쌀쌀하다는 느낌 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다
도시로 내려가는 들판을 지나고
길옆 바위에 핀 꽃들과 인사하며 흐느적 거리며 걷는다
목장 가는 길 옆 축대엔 담쟁이들이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도시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 같다
올해엔 약간 늦게 온 탓인지
벌써 개나리는 지고 파릇한 잎들이 자리를 채운다
길 옆 한켠엔 산 다람쥐들을 위한 집들이 길목마다 놓여져 있다
산짐승들을 위한 배려는 좋지만, 그들이 서식하는 곳은 길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야 좋다는 것을 잊은 모양이다
역시 인간의 기준에 의한 배려는 산짐승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장식품 같다는 생각에 약간은 서글픔이 밀려 온다
목장 가는 길 입구의 농장은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이지만, 지난해와는 달리 가까이 다가가도 놀라지 않는 것을 보면 녀석들도 등산객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해진 모양이다
목장은 항아리처럼 좁은 입구에서 넓은 평야로 이어진다
고개를 넘어서자 펼쳐지는 풍경
촘촘히 자란 파란 풀들...가슴이 시원하다...^^
길과 나란이 서 있는 전신주 탑과 전깃줄도 낯설지가 않고
정상에서 바라 보는 풍경 또한 여전하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이는 과연 지난해와 같은가...
목장이 있는 나즈막한 산도 산이라고 정상주인 막걸리를 준비해서 한잔을 들이킨다
시원하게 펼쳐진 목장의 푸른 풀들
간간이 보이는 억새
술잔을 비우고 신기한 광경을 보는 어린아이마냥 이곳 저곳을 들쑤시고 다녀도 피곤하지가 않다
벌써 서녁엔 해가 걸려 세상의 색감을 엷게 한다
귓가엔 음악들이 흘러 나오고
짧은 하루의 도보 여행이 끝나가려 한다
해는 산 등성이를 넘어가고 잔잔한 빛 만이 대지를 채운다
도보 하이킹 50리 길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린다
한걸음의 걸음으로 시작하여 50리가 넘는 도보하이킹이 완성되어진다
어찌보면 삶도 하루로 시작하여 인생이 완성되어 지는 것을 보면 세상의 모습은 모양만 다를뿐 같은 원리로 이루어 지는 갑다
내일은 집주변을 정리하고 시간이 난다면 유채꽃 만발한 그곳으로 가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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