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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대로

풍성한 '풍경의 음식'...

by 감홍시 2006. 8. 28.

 

 

창문의 문틀 사이로 바람이 가느다란 담쟁이 줄기마냥 방으로 들어와 피부를 간지럽힌다

 

편안한 맘으로 조용히 앉아 아무런 생각 없이 있는 것을 간혹 즐길 때면

 

바람은 여지 없이 문으로 들어와 나오라 속삭인다

 

 

벙거지 흰모자

 

시원한 슬리퍼

 

어깨엔 비옷과 카메라를 메고서...

 

 

능선 저편 하이얀 구름은 바람의 이끌림에 목동의 양몰이처럼 몰려가고

 

 

소나무 곁에 서서 구름이 흘러 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도 본다

 

 

습기를 머금은 구름은 방금이라도 대지를 향해 자신의 수분을 흩뿌릴것 같고

 

반대편 구름속 태양은 양몰이 마냥 바람을 재촉하여 양떼 구름을 몰고 나간다

 

 

길을 가다 만난 이쁜 아가씨 수줍은 듯 빵실 웃으며

 

저편 길가로 볼을 붉이며 고개를 돌리고

 

 

어눌한 촌눔은 고개 돌린 아가씨가 바라 보는 곳으로 한 발자욱 옮겨 본다

 

 

 

비 온뒤의 맑은 공기와 길가의 빗 자욱

 

 

밭고랑 옆 두 자매는 촉촉한 황토 옷감 속에서 구름 사이 간간이 비치는 태양을 즐기고

 

 

전깃줄 이어진 시골 길엔

 

도로의 파란 신호등 마냥 두팔을 벌린채 앞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송림 옆 기왓집 한켠엔 시골길에서부터 이어진 전깃줄이 있고

 

한 가닥 뽑혀진 전깃줄 끝 자락엔 기왓집이 서 있다

 

 

능선 위 평지의 과수원 흰구름 흐름 따라 나무와 잎새들이 같이 움직이고

 

어눌한 촌눔은 두 눈을 감고서

 

하안참이나 두팔을 벌리고서 귓볼을 스치며 지낙가는 바람에 취해도 본다

 

나의 굿볼을 스친 바람은

감미로운 바람의 존재를 인식하는 어떤이들에게도 스치겠지...

 

 

하늘

흰구름

바람

빗방울

녹색의 식물

 

 

하늘과 그 아래엔 몇 가지 소스만으로도 훌륭한 풍경의 음식을 곧 잘 만들어 낸다

 

비 온 뒤

세상은

 

풍성한 '풍경의 음식'이라는 상을 차려 주기에

일상 속의 평범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라들처럼 따사로움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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