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하늘이 솜사탕 마냥 포근하게 내려 앉아서 대지를 덮고 있다
옮기는 발걸음마다 지나가는 바람은 봄의 내음을 풍기며 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추운 겨울속에 있었던 쑥들도 고개를 내밀고
아낙들은 여기 저기에서 쑥을 캔다
일렁이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와 물결을 바라보며 아무런 수심 없이 바라만 본다
강바람 이끄는 대로 바람을 등에 지고 걷는다
귓가에 흘러 나오는 익숙한 음악 소리는 봄바람과 같이 머리속을 휘감고 지나간다
겨우내 얼었던 산하도 이렇듯 봄을 맞이하며 서서히 태동하는 느낌은 사람을 묘하게 흥분시키기도 한다
무리에서 떨어진 새 한마리 외로이 홀로 앉아 두리번 거리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봄이라 그런지 푸근한 느낌을 준다
강 아래 둑길로 내려가서 강물결을 바라보며 걷기도 하고 잠시 잠시 앉아서 쉬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봄바람의 따스함을 느끼며 책을 읽고 있고, 또 어떤이는 지인과 문자를 교환하기도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봄이다
계단을 오르며 보이는 가로등은 어찌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알사탕 같고
계단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끄럼틀 같기도 하다
대기의 기운이 낮게 깔리고 바람은 강변의 물결을 따라서 아래로 조용히 흘러간다
빈의자는 어떻게 보면 고독하게도 보일수 있건만
오늘은 봄의 기운이 완연해서인지 고독하기 보다는 비어 있는 여백 같다
돌아보며 걸어온 강변길을 다시금 쳐다 본다
강변을 돌아서 나가려는 곳엔 푸른 대나무가 바람에 일렁이고
불꺼진 가로등은 바람에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다
어깨를 펴고 걷게 하는 따스한 날씨
사람들의 휴식과 담소
그리고, 주인 곁에 조용이 웅크리고 있는 녀석
집으로 향하는 길을 산자락 아래로 돌린다
산자락 아래에선 벌써 봄의 생명들이 움트기 시작하고
바위 한 켠엔 들풀이 한가로이 따스한 햇빛을 받아 들인다
길가엔 개나리들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세상을 향해서 인사를 한다
이렇듯 봄의 정경은 한가롭기도 하지만 따스한 기운을 대기에 불어 넣으며 그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기운을 북 돋아 준다
이제 봄을 알리는 봄비가 오고 난 뒤에는
세상의 색감은 봄의 색감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망중한의 산보는 이렇듯 고요이 에필로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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