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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대로

가고픈 그 길을 찾아 따라 걸으며...

by 감홍시 2006. 1. 15.

 

예전부터 자주 지나가던 길이 있었다

지나가면서도 항상 저 길을 꼬옥 한번 즈음은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며칠간 감기 몸살 두통으로 약을 먹으며 지내며 쉬다가 오늘 컨디션이 괜찮다는 느낌을 받는다

 

커피 한잔을 하면서 창밖을 쳐다 보니

 

예전 가고픈 그 길이 떠 오른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서 카메라의 충전기를 채운 다음

 

사랑하는 애마에 몸을 싣는다


 

역시나 펼쳐진 그 길


 

지나치면서 많이 보아 왔었던 익숙한 풍경

 

그 길 속으로 들어가며 땅을 밟는 느낌이 푸근하다


 

추수한 논들과 무너져가는 초가집

 

그리고

 

논에서 휴식을 취하는 농기구와 전깃줄 위의 참새들


 

처음 걸어 보는 길이지만 전혀 낯 설지가 않다

 

논두렁 너머 아늑한 집도 친한 지인의 집처럼 푸근하다

 


 

노래를 들으며 콧노래 부르며

 

발길을 길 따라 살포시 옮긴다


 

집옆의 감나무

 

기왓집 곁에서 서성이는 시골 할아버지

 

그것을 지켜보는 나

 

길 따라 펼쳐진 저 길 끝에는 어떠한 삶의 연속성이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한적한 시골의 풍경이지만

 

느껴짐은 한가로움 보다는 다가올 봄의 활력 있는 풍경이 연상된다


 

나즈막한 시골집의 담은 나그네를 이방인처럼 대하지 않는 나즈막한 바위담으로 쌓여 있다


 

논가의 물막이는 위로 올려져 있어도 흐르는 물은 졸졸 거리고


 

펼쳐진 길 옆엔

 

여유로이 길을 가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경운기는 봄 여름 가을의 부지런함에서 겨울이라는 단잠을 수풀 이불 삼아 잔다

 

사람이 없는 시골 들녁의 길엔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빈 길속에는 텅빈 충만감이 느껴진다


 

가득 채워진 포만감도 좋지만

 

텅비어 있는 곳에서의 충만감은 삶을 관조하게 하고

 

중용의 미덕을 알린다


 

대기의 기운이 땅에 낮게 깔려 있는 곳에서

 

나즈막이 땅과 하나가 된 기왓집들과 나무는 살아가며 허리를 낮추고 겸손하라는 교훈의 말을 전한다


 

도시와는 달리 시골은 항상 사람들의 손을 필요로하는 일들로 가득하다

 

아마도

 

따뜻한 봄에는 이곳의 펼쳐진 고요가 걷히고 바삐 움직이는 일상들로 가득 찰 것이다



 

 

언제고 가고 싶었고

 

그 길속의 흙을 밟으며 가고자 했던 그 길을

 

오늘 걸어 본다

 

 

걷고 움직이고 말하고 느낄수 있도록 해준

 

대자연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무런 욕심과 바람 없이 포근히 감싸준 대지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언제고 시간이 나면

 

다시금

 

그 대지를 가슴에 품고서 살포시 걸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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