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한주의 끝에 서 있는 조용한 주말 조그만 보따리 하나 딸랑 들고서 무작정 나가 본다
애마에 몸을 싣고 악셀레타를 밟다가
또 때로는 차를 세워 두고서 시골길 먼저 가득 앉은 자판기 커피 한잔을 입에 물고서 걷기를 반복한다
문득 예전 스쳐 지나 가면서 저 곳은 어디일까 하는 곳이 떠 오른다
조용한 산골 숲길 속 달리는 차 한대에 호기심 많은 나그네가 주위를 둘러보며 지나간다
산 중턱까지 도로가 나서인지 먼곳까지의 전망이 보인다
그리고, 유독 눈에 들어 오는 산이 하나 보인다
산의 이름도 모른체 한참 동안을 아래에서 그 산을 응시한다
누군가 그랬던가
산을 보려면 산에서 나와야 한다고
한참을 산을 바라보다 문득 산을 보기 위해 산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산을 잊기 위해서는 산에 들어가는 말도 일리가 있음직한 느낌이 든다
추운 겨울 삭풍이 온몸을 휘감싸며 몸을 움츠리게 만들지만
옷깃을 여미고 산의 꼭대기를 잠시 응시 한 후에 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을 잊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한뜸씩 발을 옮기면서 어느듯 움추렸던 몸은 열기로 인해서 펴지고
목위까지 올렸던 옷깃을 하나씩 풀어헤친다
그리곤, 스쳐 지나가는 하나 하나의 풍경들에 빠져 본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벌써 몸은 정상에 서 있다
나즈막한 산이지만 평지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라 그런지 주위의 광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라 오고 나서야 산의 이름이 '연화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산의 존재를 잊기 위해 산에 오르고 보니
먼 저곳엔 또 다시 산이라는 존재가 있음을 알린다
키작은 산들이 옹기 종기 엮이면서 정감 있는 한국적 산세를 보여 주는듯 하다
사람이 뜸한 산 길에서 반기는 이는 길가의 억새나 소나무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송림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겨울 해살 뿐
다시금 출발한 곳에 도달 하면서 뒤를 돌아서 정상을 쳐다본다
산을 보기 위해서는 산을 내려와야 하고
산을 잊기 위해서는 산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 한다
몇년이나 되었는지 모르는 소나무의 자취
거친 풍파에 시달린듯한 모습을 보이는 나무
반대로 거친 풍파에도 갸날픈 몸매를 여전히 유지한채 겨울 한 곳에 꿋꿋이 서있는 억새라
묘한 대비감이 생긴다
겸연쩍한 모습이 떠 오른다
겨울 속 자화상을 보고 싶어 잠시 어색한 폼새로 서서 한 컷을 찍어 본다
조그마한 아이가 성장해서 어른이 되고
그리고, 그 산을 오르고
또 다시 몇 십년이 흘러서 또 다시 그 산에 가도 그 산은 여전히 산으로 존재할 것 같다
좌우로 뻗어 있는 산길
왼쪽에서 왔으니 이제는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가
좋아하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산길을 따라서 조용히 흘러간다
어느듯 도착한 곳은 고대시대의 풍요를 기원하며 바위에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천전리각석이라는 곳까지 도달한다
산새를 보아 하니 그 옛날 아주 먼 옛날에도
아주 포근하고 살아가기에 풍요로움을 주었을 법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너무나 청명한 하늘과 그 하늘을 담고서 유유히 흘러가는 너무나 청아한 냇물
그리고 한켠엔 풍요를 기원했었던 옛 선인들의 발자취
흡사 그 옛날 그 시대로 돌아가서 보는 듯한 착각에 잠시 빠진다
바위와 시내 그리고 병풍처럼 펼쳐진 산
또 한곳엔 잠시 앉아서 따스한 햇살을 맞고픈 조그마한 벤치
아지랑이 피어 오를 때 즈음에 다시금 와서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서 나가는 길
사람들의 자취는 없지만 사람들 속에 있다는 느낌을 든다
입춘이 지나가고 봄이 옴을 알리는 푸르른 색감들
앙상한 가지 너머 유유이 흘러가는 냇물을 본다
아마두 다시금 올 때면 앙상한 가지엔 예쁜 몽오리들이 달려 있을 듯하다
그림책에서나 볼 법한 산속의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동네어귀
아마도 노오란 개나리가 세상에 고개를 내밀 때 즈음엔 저 길을 다시금 걸어 볼 것 같다
나그네의 하루 동안의 수필은 이렇게 완결 되어 간다
산을 보기 위해서는 산에서 나와야 하고
산을 잊기 위해서는 산으로 들어가야 한다
묘한 댓구가 여전히 가슴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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