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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감록

일상의 선물과 동박새의 허무한 죽음

by 감홍시 2012. 4. 2.

 

 

시간이 날때면, 문화예술회관에 들러 전시회를 보고,

따듯한 커피 한잔에 주변 공간을 푸근하게 거니는 산보를 좋아하기에...

 

며칠전, 역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사진 미술 서예전시회가 있어 구경차 관람하고서,

따듯한 봄빛에 길을 나서며 예술회관을 한바퀴 도는 중...

 

그저 봄의 따사로움과 감미로운 봄바람결이 좋아 무심코 걷다가

우연히 머리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녀석들 동무들과 함께 어울려 매화 나무에 앉아

매화를 탐닉하고 있는 모습에 사진기를 꺼내어 사진을 담아 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자그만 일상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

자그만 선물을 받은 느낌...^^

 

사진을 담고서 한참을 녀석들의 유희에 빠져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리고는 자그만 벤취에 앉아 쉬며,

며칠전 사진작가님들과 만나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 올려 봅니다.

 

 

 

 

 

 

 

 

 

 

동박새를 담기 위해 나무 열매에 꿀을 묻혀 녀석들을 유인하여

사진을 담다가 어느날 한 녀석이 시름 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참 가슴이 아려 옵니다.

 

하나의 사진을 담기 위해 동박새를 기다리며 인내하는 사진가도 있고,

꿀을 묻혀 동박새를 유인하여 담는 사진가도 있고,

새우깡으로 갈매기들을 담는 사진가도 있고,

땅콩으로 다람쥐와 새들을 담는 사진가도 있고...

 

요즘, 바다에 가서 보는 갈매기들이 

예전 같은 자유로움과 힘찬 날개짓의 비상 같은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자신들의 유희만으로 녀석들을 너무 길들였을지 않았을까 하는...

 

사진 인구가 천만이 넘어가는 디지탈시대이다 보니

사진을 담기 위한 많은 방법과 편법들이 동원 되고,

 

그러한 방법들이

 

농촌 어촌 산촌의 순박하신 분들조차도

사진기를 들고 지나가면 곱지 못한 시선으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시고,

 

고운 야생화  한컷을 담고는 다른 이들이 담지 못하도록

뽑아 버리고,

 

희귀 야생화 군락지에 가면 처음 원상태의 자연의 아름다움은

어느듯 사라지고, 이리 저리 파헤쳐지고, 주변엔 담배꽁초와 쓰레기

 

.....

 

 

동박새의 안타까운 죽음 때문에 이야기가 길어 지는군요.

 

 

간혹, 시간이 날때마다

 

'나는 왜 사진을 하고, 앞으로도 사진을 하려 하는가?'

 

스스로에게 한번씩 묻고는 합니다.

 

 

 

 

 

 

 

 

 

 

비록, 꿀 땅콩 새우깡 없어

단시간내에 쨍한 사진을 못 담더라도

 

조금의 인내를 가지고서

피사체(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를 배려하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교감하여

 

사진을 담는다면,

 

그 사진은 시간이 흐를 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자신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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