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거지 모자에 슬리퍼를 신고서
허리 춤엔 자그마한 똑딱이 하나 차고선
양떼구름 몰려가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 본다
구름따라 흘러가다
구름이 잠시 쉬어 가는 곳
돌아보니 흐드러진 코스모스와 자라나는 메밀
벙거지 모자의 촌눔은 그속에 서 있고..
코스모스 사이로 보이는 강둑과 건너편 정경들
바람에 날리는 코스모스에 따라서
고개를 이리로 저리로 갸우뚱 거리기도 한다
바람이 불어 코스모스 잎
버들가지 마냥 하늘 거려도
꽃잎에 키스하는 나비 녀석은 기어코 떨어 질줄 모르고
예전에 보았던 의젖한 강변 나무 한그루
올해도 어김 없이 코스모스 아가씨와 바람의 메신저로 대화를 한다
몇 십년의 흔적은 고목의 몸 곳곳에
이끼처럼 묻어 나오고
강가 근처 풀숲들은 옛 모습의 형상을 간직한 모습이다
턱 괴고 코스모스 사이로 흐르는 강물을 오랜시간 쳐다보며
손끝에 침을 발라 코끝을 문지르며 다리를 달랜다...^^
똑 같은 강을 몇 십년째 보고 있지만
단 한번도 같은 모양의 모습은 없었고
단 한번도 다른 모양의 모습도 없었다
가을 바람 등에 지고 꼬마 형제들 패달을 밟고
어눌한 촌눔은 짐짓 딴짓하며
녀석들을 찍는다...
이젠 사람 찍는데도 요령이 늘었나보다...^^
시원스레 펼쳐진 강과 저너머 준령의 양떼구름...
잠시 휴식 속
다시금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가면
바람은 어김 없이 불어와
주변의 정경들을 움직인다
바람과 갈대
한참을 쳐다 보며
'순응'과 '대응'...그리고...'조응'...이라는 단어들을 조합한다
한 나절 걸었던 어눌한 촌눔
오늘은 과연
가을과 바람...하늘 양떼구름...코스모스와 갈대들 속에서
순응을 하였을까...대응일까...조응일까...
혼자서 던지는 자조적 질문에
바람이란 녀석
귓볼을 스치며
자그마한 소리로 속삭이며 지나가고
촌눔은 그냥 웃는다...
^^
'붓가는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가움에 겨울 외투를 입히니... (0) | 2006.12.28 |
---|---|
일만여리의 길을 걷고 나서... (0) | 2006.11.16 |
풍성한 '풍경의 음식'... (0) | 2006.08.28 |
십리 대밭 걸으며... (0) | 2006.08.02 |
목장길로의 도보 하이킹... (0) | 2006.04.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