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셀러니 세상

녹슨 기타줄 갈며...

by 감홍시 2006. 4. 29.

 

친구에게서 선물을 받은 기타

 

5년이 넘었건만 아직까지 줄조차 갈지 않고, 만지지도 않고 하니 그동안 줄에는 세월의 흔적이 여기 저기에 묻어 있다

 

객지에서 서로 어려운 생활 속에서 저녁시간이나 주말이면 가까운 대학 캠퍼스와 대학로 거리를 걸으며 군것질하며 이런 저런 생활 이야기를 두런 두러 하던 때가 문득 떠 오른다

 

술을 좋아 하던 나를 위해 조금이나마 술을 줄이라는 의미에서 내게 기타를 사준 녀석

 

지금은 아이의 아버지로서 학자로서 세무사로서 그 지역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녀석이지만 그 당시에 우린 사회에 첫발을 뒤뎠기에 주머니 속엔 항상 모자람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던 시절

 

기타줄 하나를 풀고 초크를 하나씩 빼낼때마다 그 당시의 모습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직장에서 녀석의 전화를 받을 때면 어눌한 경상도 말씨로 주거니 받거니

목소리를 낮추어 해도 서울 사람들에게는 그 말하는 모양새가 참 우스웠던지 업무를 하지 않고 전화하는 소리에 신경을 곤두 세우며 들을 때 쑥쓰러워 했었던...

 

연세대 연무대 앞 광장 벤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 보며 어눌한 말투로 이야기 할때 옆의 아가씨들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킥킥 거리던 모습..

 

평생지기 한 녀석이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 올때면 항상 뭉쳐서 이대 앞 '메종더필'이라는 커피숖에서 분위기 잡는 다고 설쳐 댈때, 세련된 서울 사람들의 눈에 비친 촌눔들의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행동에 웃음을 짓던 모습...

 

늦은 밤 녀석과 양치질을 하며 여의도 불빛을 바라 보다가 눈빛이 서로 마주쳐 양치질을 그만두고 바로 이대사거리 치킨집에서 호프 2잔과 치킨 반마리를 먹으며 세상이 모두 우리들 것인냥 흐뭇해 했었던 모습..

 

미팅이 들어와 같이 나가서 맘에 드는 아가씨가 같았을때 서로의 맘을 알아서인지 다른 아가씨와 서로 짝지하겠다고 했었던 모습(아가씨들은 아마 우리 둘다 맘에 들지 않았을 것임...^^)...

 

화창한 날이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덕수궁 돌담길에 가서는 서로 만나 걸으며 이화여고 옆 식당에서 돌솔밭 한그릇에 커피한잔에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행복해 하였었던 모습...

 

 

 

기타줄이 여섯개라서인지 떠 오른 추억들을 쓰는 것도 여섯개인가...ㅎㅎ

 

새로운 기타줄을 꺼내고는 조심스럽게 하나씩 줄을 갈아 나간다

 

새로운 줄이 하나씩 자리를 잡을 때마다 새로운 맘으로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녀석은 멀리에 있지만 기타줄이 새로운 것으로 바뀐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리고, 또 다시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어 가겠지...^^

 

 

줄을 모두 갈고 튜닝을 하고나서 어눌한 솜씨로 쉬운 연주를 해본다

 

맑게 울려 퍼지는 기타줄 소리...

 

 

 

언제가 될지 모르나

 

다음에 기타줄을 갈게 될 때엔

 

어떠한 추억들을 떠 올리게 될까...

 

^^

'미셀러니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다른 삶의 모습들 속에서...  (0) 2006.07.20
익숙함 속의 또 다른 풍경들...  (0) 2006.05.30
조금 늦게 가면 어떠랴...  (0) 2006.04.21
고마운 봄비  (0) 2006.04.04
감미로운 미셀러니...  (0) 2006.02.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