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전일 마셨던 술 기운이 아직 남아 있어서인지 머리가 아프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 근교의 산책로 입구까지 가서는 걸터 앉아 하늘과 펼쳐진 풍경을 바라본다
금요일 사람들과의 모임 때문에 택시를 타고서 가다가 우연히 예전 레코드 가게를 하시던 아저씨를 얼핏 보게 되었다
키가 작고 곱추인 아저씨는 여전히 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계셨으나, 아저씨의 얼굴은 이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학창시절 음악을 좋아해서(지금도 좋아하지만) 양판을 사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던 기억이 새록 새록하다
그 때엔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나 양판을 사기 위해서는 당시의 처지로서 거금이 필요했고 할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라디오에서 녹음을 하는 방법인데 그것도 여의찮을 무렵, 친구들의 소개로 '갈채'라는 레코드 가게를 소개 받았다
이 곳에서 아저씨를 처음 보았는데 아저씨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적은 메모지에 적힌 노래를 테이프 하나에 노래를 들어가며 담아 주셨고, 가격도 그 당시 3,000원 정도 인걸로 기억 난다
우연히 지나가며 차안에서 보는 아저씨의 모습은 변했지만, 아저씨의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시던 그 모습은 여전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참 멋지게 세월을 보내셨다는 느낌도 받는다
세월이라는 단어는 아름다운 꽃들도 시들게 해버린다는 '화무십일홍'이라는 말도 나오게 했지만, 아프리카 난민들 속의 주름진 오드리햅번처럼 지극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게도 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레코드 가게 아저씨를 우연찮게 보았을때 주름진 얼굴과 손이 늙었다라는 느낌 보다는 멋진 인생을 사셨다는 느낌이 든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모습과 몸짓
그러한 것의 내면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게 되는 것도 세월이라는 선생님이 인생이라는 과목에 주어진 숙제이지 않을까...
아직도 턱 없이 부족하지만, 인생이라는 과목을 열심히 하다보면
약간의 눈은 생기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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