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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대로

하늘을 대지삼고 땅을 요 삼아....

by 감홍시 2005. 6. 25.

 

출장을 가면서 카메라를 두고 가려다가 다시금 들어와 카메라를 들고서 다시금 나섰다. 경주로 가는길에 혹시나 하고 죽동으로 들어가는 길로 들어섰다...

 

차를 몰며 좋아하는 음악과 정겨운 산자취에 눈을 맡기며 가다가 마음이 내키는 곳에 차를 세워보니 예전 저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하였던 습지에 자연스럽게 차를 세워두게 되었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들풀사이의 기왓집을 보니 벌서 셧터에 손이 가 있었다. 

마음의 행보가 붓가는대로라고 하지만 이제는 손가락도 붓가는대로 가나보다.


 

습지를 돌면서 '이곳도 작은 곳이지만 나름대로의 생존법칙과 자연에로의 순응이 있나부다' 하는 생각이 든다...



 

습지 한곳에 샛노란 꽃잎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벌써 몸은 그곳에 가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 아주 많이...

 

신발은 벌써 습지에 흙에 의해 황토빛을 띄고 있고, 나의 눈은 샛노람에 계속 가 있다...

 

그런데 바람은 멈추질 않는다...이 녀석을 찍기 위해 숨을 참고 참고 또 참고 있건만 바람은 계속해서 분다.


 

30여분을 그렇게 서 있었다. 다리의 저림은 어느새 사라지고 바람이 멈춰지는 찰나에만 나의 온 마음이 가 있었다.

 

네컷을 찍고서 둑으로 올라와서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잠시나마 누워서 하늘을 본다.

 

누워서 하늘을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이대로 하늘을 이불 삼고 대지를 요 삼아서 이대로 자연속으로 돌아 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하게 된다.

 

그럴때마다 나를 일으키는 것은 나의 가족과 사랑하는 임과 따뜻한 지인들의 얼굴을 떠 올리며 몸을 추스려서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 가게끔 한다.

 


 

어찌보면 우리의 삶도 나루터와 배와 같은 여행과 쉼의 연속이지 않을까 싶다... 저 배도 나처럼 하늘을 이불 삼고 물을 요 삼아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는 않을까....

 


 

나룻배의 한 켠에는 잎사귀들이 나룻배와 같이 동행을 하고 있다. 아무런 구속 없는 나룻배 같지만 벌써 저렇듯 친구가 생긴걸 보면 우리네 삶도 아무런 생각 없음의 행보에 인연이라는 가닥으로 엮여진 벗들이 동행하고 있지 않을까.........


 

바람은 불고 셧터 위에는 손가락이 가 있지만...바람은 멈추질 않는다...



 

안테나에 감긴 넝쿨... 또 다른 인연의 넝쿨 속에 있는 나의 모습을 보는것 같다...



 

습지와 그곳에 비친 그림자는 또 다시 나를 털썩 주저 앉게 만든다. 다시금 하늘을 보면 이대로 무로 돌아 갔으면 하는 상념에 잠긴다. 또 다시 떠 오르는 인연의 넝쿨...........

 

다시금 일어선다....



 

습지에서의 1시간은 그렇게 흘러 갔다. 셧터 위의 손과 바람...그리고 숨을 고르는 나...이마에 흐르는 땀방울...


 

둑 옆의 말뚝과 들풀 앞에서 다시금 앉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또 다시 시간은 흘러가고, 그럴 때면 어김 없이 떠오르는 인연의 넝쿨...

 

몸을 추스려 다시금 일어서서 반가운 지인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출장 후 지인들과의 따뜻한 만남과 한잔의 곡차가 있는 곳으로...

 

그리고 아침이면 찾아오는 자연에 대한 허기짐은 화단의 방울토마토로 손이 가게 만든다.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온 자아...

 

그리고 또 다시 자연속에 털썩 주저 앉아서 하늘과 땅을 이부자리 삼아 무로 돌아 간다는 생각을 하겠지...

 

그리곤 다시금 인연의 넝쿨이 있는 일상으로 돌아오겠지...

 

 

 

 

이천오년하고도 유월 스무다섯날 출장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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