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의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茶 한잔 時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꽃 / 이외수 (0) | 2012.07.04 |
---|---|
구름에 깃들어 / 천양희 (0) | 2012.06.28 |
내가 바다에 가는 이유 / 최석우 (0) | 2012.06.15 |
참 오래 걸렸다 / 박희순 (0) | 2012.06.10 |
빛 / 최해춘 (0) | 2012.06.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