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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 한잔 時 하나

십년 / 도종환

by 감홍시 2012. 4. 4.

 

 

 

 

 

 

 

 

 

십년 / 도종환

 

봄날 환한 등불같은 꽃을

백개의 가지마다 내걸어

봄을 비로서 완성에 이르게 하는 목련나무는

소한의 눈보라 대한의 된바람 속에서

제몸을 단련시킵니다

 

저희에게도 혹독한 세월이었습니다

들판의 삭풍속에 던저져 있는 듯하던

지난 십년은

 

그러나 목련꽃이 옥돌보다 더 께끗하게 빛나는 것은

눈발 속에서 준비하며 자랐기 때문이요

꽃잎 한 장 한 장이 향기의 비늘 조각같은 것은

시련보다 사랑이 더 컷기 때문임을 압니다

 

시련을 딛고 핀 꽃은 아름다우나

정작 그 꽃은 시련을 자랑하지 않듯

이 아침 내가 서 있는 작은 곳을

어떻게 아름다운 곳으로

바꾸어 놓을까를 생각합니다

 

저기 햇살이 달려 옵니다.

양지 쪽으로만 고개를 돌리는 꽃과 달리

봄이 와도 찬바람 불어오는 쪽을 향해

의연히 서 있는 목련처럼

꽃눈 내밀 때의 첫마음으로 돌아가

 

우리도 그처럼 아이들을 향해

서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십년은 참으로 길었지만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백년은 얼마나 길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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