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 / 이해인
있잖니, 꼭 그맘때
산 위에 오르면
있잖니, 꼭 그맘때
바닷가에 나가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놀
그 놀을
어떻게
그대로 그릴 수가 있겠니.
한번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한번이라도 입어보고 싶은
주홍의 치마폭
물결을
어떻게 그릴 수가 있겠니.
혼자 보기 아까와
언니를 부르러 간 사이
몰래 숨어버리고 만 그 놀을
어떻게 잡을 수가 있겠니.
그러나 나는
나에게도 놀을 주고
너에게도 놀을 준다.
우리의 꿈은 놀처럼 곱게
타올라야 하지 않겠니.
때가 되면 조용히
숨을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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