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따듯한 차 한잔
푸근하게 맵서핑을 하다 우연히 보게된 '사진가의 다섯 단계' 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차분히 한단계씩 읽어 나가며, 참 많은 공감이 가더군요.
2003년에 어떤분이 디시인에 올렸다라고만 되어 있더군요.
사진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사진가의 삶의 전과정이라고 봐도 될듯 싶습니다.
사진을 시작하며 '즐거움'과 '행복감'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진의 단계를 넘어서게 되면서 많이 희석화 되는
사진가의 심리적 묘사가 참 정리가 잘되어 있더군요.
과연 나는 어떠한가? 라는 스스로의 질문을 하게끔 하는 좋은 글이기에
소개 합니다.
제 목 : THE LIFE CYCLE OF A PHOTOGRAPHER-PART1
아래의 글은 싱가폴에서 발행되는 영문판 사진전문 월간지 ' PHOTO ASIA '의 94년 8-9월호에 실린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 제목은 "THE LIFE SYCLE OF A PHOTOGRAPHER-PART1,PART2"이며, 글쓴이는 동잡지사 소속기자인 T.O.LEE입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처음으로 사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어떤과정을 거쳐 한사람의 완숙한 작가로서 성장하는가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간단하지만 흥미롭게 설명한 것입니다.
우리모두가 한번쯤은 거쳤거나 앞으로 거치게될 과정들이 재미있게 서술되어,
누구나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 볼수있는 기회라 생각되기에 함께 공감해보고 싶은 마음에 몇번에 나누어 소개해드립니다.
우리와는 문화적, 경제적 차이가 있을수도 있고, 저자신의 짧은 식견 때문에 옮김에 있어 오류를 범할수도 있음을 먼저 고백합니다.
( THE LIFE CYCLE OF A PHTOGRAPHER - PART 1 )
*** 첫 단계 : 완전 초보 (THE BEGINNER)
많은 사람들은 친구들중의 누군가가 촬영한 아름다운 사진작품,또는
우연히 들른 전시회에서 본 사진에 매료되어 처음으로 사진동아리에
발을 들여놓게된다.
이시점에서 그들은 예술에 대해 전혀 아는것이 없는 처지이지만,
매우 겸손하고 개방적이며, 열정적이면서 또한 우호적이다
자신의 약점을 쉽게 드러내보이고, 자기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누구라도 붙잡고 궁금한것을 물어보는데 주저함이 없다.
또 자신이 스승으로 모시고 배울수 있는 작가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그들은 늘 행복하고, 사진이라는 것이 정말로 배울것이
많은 멋진 예술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 자신에게 전혀 생소하게 느껴지는 현대 사진을 보면, 그것을
이해할수 있을만큼 충분한 소양을 갖추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또한 그 작품의 가치를 이해하기위해 여러방면의 지식을 얻고자
끊임없이 노력을 하며,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라도 알려고 애를 쓴다.
그들은 그누구와도 논쟁을 벌이지 않으며,심지어 며칠전에 어떤
선배에게 들은 얘기가 또다른 선배의 얘기와 맞지 않을 때도 다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이때의 그들은 매우 감수성이 예민하고 어느누구와도
친하게 지낼 수가 있는 시기인 것이다.
*** 두번째 단계 : 아마추어 (THE AMATEUR)
한두해가 지나면 그들은초보자의 딱지를 떼고 점차 아마추어작가로
접어들게 되며, 처음에 가지고 있던 전자동 렌즈셔터 카메라를 처분하고
일안리플렉스(SLR)카메라를 사용하게 된다.
35MM, 50MM, 85MM 정도의 렌즈 서너개와 자동 후래쉬면 만족해하면서
그들은 자신이 배운 스승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으며 스승이 쓰거나
권하는 종류의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는 또한 스승의 가르침을 주저없이 받아들이는 시기이다.
그들은 때로 결혼이나.생일, 또는 다른 사교모임등에서 스스로 사진촬영을
자원하고 나서기도 하며 물론 돈을 받고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사진을 전해받은 사람의 고맙다는 인사만으로도 흡족해 하는것이다.
직업사진가들은 이들이 자신의 손님을 뺏아가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결혼식 같은 중요한 행사에는 이들 말고도 직업사진가들을 안전
대책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최측에서는 손님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위해서 이 아마추어들이 많이
와주기를 환영하며,이것이 바로 어느 결혼식장에서 내가 본 다섯명의
아마추어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이유였을것이다.
직업사진가는 그들이 주인의 친구들이기에 자신의 작업에 많은 지장을
받으면서도 따지려하지 않고 웃는 모습만 보여줄 따름이다.
이 아마추어 작가들은 3"X5"사이즈의 사진을 주고나서도 8"X10"정도의 확대
사진을 추가로 보내주며 이때 그들은 비용따위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풍경사진이나 포츄레이트 등을 주로 추구하는데 왜냐하면 그런
주제들이 주변사람들로부터 더욱 쉽게 감사와 칭송을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멋진 풍경속에 서있는 미녀를 앞에 두고서, 좋은사진을 만들기위해 그들이
할일은 단 한가지,셔터를 누르는것 뿐, 그 나머지는 자동 SLR 카메라가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단계에서도 그들은 아직 개방적이고 열정적이며,겸손하고도 우호적이다.
물론 그들은 친구나 친척들에게 더 많은 공짜 사진을 선물하고 더많은
사랑을 받고 있을것이며.그 과정에서 그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것이다.
그들과 스승의 관계는 더욱 밀접하게 되고
그들은 행복에 푹 빠져 지내는것이다.
*** 세번째 단계 : 진지한 아마추어 (THE SERIOUS AMATEUR)
이 단계에서 그들은 더욱더 많은 장비들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35MM판에서만 해도 CANON EOS 500, NIKON F3, MINOLTA 9000 등
3가지 정도 시스템의 렌즈와 악세사리 세트들을 갖추게 될것이다.
그들은 또한 645,6X6판 같은 중형판으로 돌입할수도 있다.
HASSELBLAD정도가 자신의 개인적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좋은 선택
수단이 될것이다.
그들은 특히 전문가용 BLACK BODY 스타일로 모든 장비를 통일하고
그럼으로 해서 자신이 명성있는 사진가라는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그들은 새롭고 신기한 장비들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거의 해마다
새장비로 교체함으로 해서 최신의 경향에 발맞추려 한다.
카메라 메이커들에게 있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생산원가 절감을
가능하게 해주는것은 바로 이들 진지한 아마추어들이다.
그들은 온갖 종류의 장비 카탈로그를 수집하고 메이커 별로 기능과
모양을 비교하려 애쓰기도 한다.
그들은 또다른 진지한 아마추어를 만나면 최신의 장비에 관한
얘기만 늘어 놓고 싶어 한다.
새로 시판되는 신모델의 최초 사용자는 바로 그들이다.
최신 기종이 일본에서는 시판되었지만 아직 자기 나라에 들어오지
않았을때 그들은 암시장의 밀수입자들에게, 비용이 얼마가 들던
개의치 않고 구해다 줄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또한 최근의 주요 사업경향이 된 한정판 모델을 수집하기도
한다. 월드컵 공식 기념모델, 올림픽 기념모델, 생산 50주년 기념모델
등등이 바로 이런 부류의 사진가들을 위해 생산되는 것이다.
그들은 차츰 자신의 주장(또는 사상)을 형성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한다.
그리하여 점점 폐쇄적이 되고 사진의 예술 그 자체보다는 장비와
외형적인 면에만 집착하게 된다.
그들은 이제 혼자만의 사진을 하려한다. 새로운 사진소재가 있는
장소나 참신한 모델을 발견하게 되면 그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위해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진공모전에서 더 많이 입상하기 위해서 자신이 즐겨 쓰는
특수기법을 감추려고 한다.
사진전람회등의 활동에 적극 관여하며 서기,재무간사 등의 직함을
가지고 집행부의 일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들은 이제 자기만족에 빠져버린채, 아직도 매우 열정적이며,
또한 매우 행복해 하는 것이다.
***네번째 단계 : 작은 명인 (THE SMALL MASTER)
국내와 또 해외의 많은 공모전에서 수차례 입상를 해오면서,
우리의 진지한 아마추어들은 이제 작은 명인이 되어간다.
풍경이나 인물사진, 정물,스포츠 등과 같은 일정분야의 전문가로서,
그들은 이제 많은 초보자와 아마추어들의 스승이 되어, 옛날의
화려했던 경력을 자랑하면서 그들의 아첨를 받으며 지내는 것이다.
많은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난날의 화려한 영광 속에 안주하기 시작한다.
가끔씩 지방 공모전 등의 심사위원으로 추대되기도 하는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에는 후한 점수를, 그렇지 않은 작품에는
낮은 점수를 매기곤 한다.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여부가 그들의 심사대상작에 대한 예술적
기준을 정하는 가장 큰 잣대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개방된 전시회에서까지 자신의 이런 기준을 적용시키며,
전시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의 추종자들에게 그건 모두 졸작들
이라고 매도해 버린다.
그들은 점점 더 주관적이고 속좁은 사람이 되어간다.
다른 사람의 작품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점차 비판적이 되어가고
소문이 빠르게 퍼져, 무의식중에 그들은 사진계에서 많은 적을
만들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 전시회에 가는것은 더이상 그의 안목을 넓히기
위한것이 아니라, 그자신의 기준에 맞춰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비판하기 위한것이다.
나는 종종 이런 작은 명인들이 추종자 무리들을 이끌고 이쪽저쪽을
다니면서 작품을 가르키며 하는 비판을 듣곤한다.
" 만일 나라면 카메라를 더 왼쪽으로 옮기고 좀더 광각계통의 렌즈로
이 주제부분을 더 많이 커버해서 더욱 강한 느낌을 주었을것이다."
" 나라면 이부분을 더욱 잘라냈을텐데..,이 하늘부분은 잘라내는 것이
한층 효과적일거야." 등이 내가 전시장에 갈때마다 듣게되는 그들의
비평론이다.
그들은 이제 새로운 지식으로 향한 문을 걸어 잠근채 어떠한 새로운
경험도 받아들이려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더이상의 발전과 진보는 없다. 몇년이 흐른후
그들은 시각예술분야의 현대적인 조류에서는 저만치 뒤쳐지게 되어.
결국 눈과 귀가 모두 멀어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헌신해온 추종자들도 새로운 스승을 찾아
자신의 곁을 떠나버리는 결과를 맞게 된다.
그들은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대신에
자신에게서 가르침을 받고도 등을 돌려버린 추종자들이 얼마나
배은망덕한가를 친구들에게 얘기함으로 해서 동정심을 얻고자
할 따름이다.
사진가로서,그의 눈은 완전히 멀어버린 탓에 그자신조차도 분명히
볼수없게 되어버린다.
그들은 스스로 사진예술계의 명작중의 하나라고 믿고 있던 자신의
작품에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며 지내게 된다.
그는 고립된 무인도처럼 외로운 처지이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더이상 발전할수 없는 작은 명인으로서 여생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다섯번째 단계 : 진정한 명인 (THE REAL MASTER)
만약 작은 명인이 아직도 개방적이고, 객관적이며,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 헌신적이고, 겸손하며, 친절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그는 마지막 단계인 '진정한 명인'의 경지에 이르게 될것이다.
'진정한(REAL)'이란 말은 스페인어에서는 '왕의 경지(KINGLY)'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들은 매우 개방적인 심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이해할수
없는 어떤 사물을 보게되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여러 방면의
시각에서 생각을 해보며 성급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만의 소중한 비법을 남들에게 나누어 주어서 남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그들은 제자들에게 자신과는 다른 사진경향을
접하고 배우도록 격려하여 궁극적으로는 자신만의 사진 스타일을 스스로
창조하도록 이끌어준다.
그들은 점차 장비에의 의존도를 줄여나간다. 제자들에게도 "어떤 카메라
던 훌륭한 작품을 만들수 있다"하고 가르친다.
"사진가로서 자신이 카메라를 지배해야지,카메라가 자신을 지배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훌륭한 작품을 못만드는 것을 조명이나,날씨,또는 다른사람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당신의 작품에 대한 모든 책임은 바로 당신에게 있는 것이다."
"당신의 과거를 나타내는데 있어, 트로피 같은 것들은 별 의미가 없다.
당신의 과거를 말해줄수 있는 것은 당신의 작품뿐이다."
"창조하기 위해서, 또한 진보하기 위해서 당신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내가 만난 진정한 명인들에게서 들은 말이며, 그들의
생활이나 작품활동 또한 이런 원칙을 지키고 있다.
배우지 않고는 창조할 수없다.( NO INPUT, NO OUTPUT )
그리하여 진정한 명인은 하나를 깨우치고 또다른 새로운 것을 깨우치기
위하여 일생동안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세상에서 진정한 명인은 아주 드물다. 진정한 명인이 말을
아끼며 더많은 창작을 하는 동안, 사진계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잘난척
하는 이들은 대부분 작은 명인(SMALL MASTER)들이다.
그럼 나는 과연 어떤 부류인가?
솔직히 말해서 나자신이 이 물음에 대답할 처지는 못된다. 그것은 나의
대답이 완전한 공정성을 가지지 않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옳은가? 나는 무례한가? 너무 계산적이지는 않은가?
그 대답은 결국 자신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것이다.
<94년 8-9월호 PHOTO ASIA , 제목 : "THE LIFE SYCLE OF A PHOTOGRAPHER-PART1,PART2"
글쓴이 : 동잡지사 소속기자인 T.O.LEE>
사진 첫걸을 하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예전 잠시 강의를 할때 사람들에게 하였던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부터 앞으로 담는 첫 6개월의 사진은 다이아몬드의 원석과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10년이 지난 즈음에,
자신이 처음 사진을 시작할때 담았던 첫 6개월의 사진을 다시 보게 될때,
여러분 스스로 놀랄 것입니다.
자신이 이토록 좋은 감성과 느낌으로 사진을 담았단 말인가...!!!...하고...'
저 역시 지금의 사진과 사진을 처음 하였을때의 사진을 비교해 보면,
그 순수성과 느낌은 첫 6개월의 사진이 더욱 마음에 감흥을 주더군요...
(물론, 예외인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서, 첫 6개월의 사진은 반드시 따로 저장매체에 담아 두길 권유해 드립니다.
휴일 오전 따듯한 차 한잔
그리고, 참 마음에 닿는 깊은 글을 음미하며 읽어 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나는 어떤 길을 걸어 가고 있는가?
사진이 아직도 여전히 행복과 즐거움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잘난체 하는 조언은 하지 않았는가?
초보분들의 질문에 진심으로 답 했는가?
사진 모임등에서 부득이하게 지위를 맡게 되었을때, 봉사 하는 마음이었는가?
지금도 하루에 1시간 이상씩 공부를 하는가?
..... "
하늘의 구름은 순리의 흐름으로 흘러가듯,
앞으로 걸어가는 사진가의 길 역시 구름의 길, 순리의 길 이 되길 바래 봅니다...
- 푸근한 휴일 오전 한잔의 차와 하나의 생각 그리고 하나의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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