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사진작가

김기찬 사진작가, 구수한 우리네 골목풍경들...

by 감홍시 2012. 3. 8.

 

 

 

 


뉴욕의 골목풍경을 평생 담은 헬렌레빗과도 비견되는
한국 골목풍경 사진작가 김기찬...

그의 골목풍경들을 보면

사람 사는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골목을 주제로 작품을 담아 낸다.

가난하지만, 그들의 삶에 직접 함께 호흡해 나가며
거짓없는 따듯한 시선으로
그들의 순수함과 인정, 그리고 희망과 사랑, 희노애락들을 보여준다.

 

 

 

 

 

 

 

 

 

 

 

 

 

 

 

 

 

 

 

 

 

 

 

나의 사진은 1966년 서울 역전 광장에서부터 시작했다.
당시 역전 주변은 노점상들로 붐볐고 광장은 긴 여행 끝에 상경한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렸다.
역전 광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내 사진의 소재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8년 후 나는 좀 더 그들 생활 속으로 깊이 들아가고 싶은 충동으로 찾아간 곳이
중림동 골목이었다.
어느 따스한 봄날 서민의 골목은 나의 아름다웠던 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였고
잃었던 고향을 찾은 느낌이었다.
한순간 나는 '나의 평생 테마는 골목 안 풍경'이라 마음속에 확정했다.

제일 큰 이유는 훈훈한 인정과 사람 사는 냄새였다.
비록 가난하지만 이웃과 함께 하는 삶,
그러나 이방인인 내가 골목안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 역시 골목안 사람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그저 그분들의 일상을 내 눈높이에서 기록했을 뿐이다.
조금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으려 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록했다.(김기찬 '작가노트' 중에서)

 

 

 

 

 

 

그의 사진들을 보면
중림동, 행촌동, 도화동을 다니면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거짓없는 진솔함으로 사진을 담았다.

때론 마을 사람들에게 간첩으로 오해를 받아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하였지만, 꾸준한 인내와 노력의 시간으로
3년이 지나도록 그들과 함께 호흡을 하면서, 점차 마을사람들도 그를 이방인이 아닌
그들의 삶속으로 받아 들이면서,
그의 골목풍경은 더욱 진한 삶의 희노애락의 골목풍경으로...

 

 

 

 

 

 

 

 

 

 

 

 

 

 

 

 

 

 

지금까지도 이 골목에 집착하는 까닭은 골목안 사람들의 훈훈한 인정 속에 나도 골목 사람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비록 생활은 가난하지만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이 골목안 사람들이었다.
작은 일이건 큰일이건 서로 돕고, 또 내가 조금 밑져도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중림동의 골목은 나의 고향 같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청자다방부터 시작해서 미용실, 쌀가게 정현이네, 서로 다정하게 마주보고 있는 고려이발관과 경남이발관,
모두가 정겨운 골목, 정겨운 식구들이다.

골목은 꼬불꼬불 겨우 손수레 한 대쯤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가끔 가스통이나 철가방을 싣고 지나가는 오토바이 정도는 있어도 자동차가 못들어가니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래서인지 골목 안 아이들은 뚱보가 없고 다리가 튼튼하다.
고려이발관을 지나 담 모퉁이 하나 더 돌면 구월산 보살네가 나오고 등나무 있는 구멍하게 지나면 또 놀부네 구멍가게가
나오는데, 주인 별명이 놀부다. 놀부네 가게 앞이 사거리라 조금은 시끌벅적한데, 아이들이 떠들면 집에 가서 놀라고
틱틱거린 모양이다.
거기다 외상은 사절이니 누군가 놀부라고 한 것이 놀부네 가게가 된 것이리라.
그런데 놀부 마누라는 참 싹싹하고 상냥하다.
덧니박이에다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놀부네 가게에서 은행나무 있는 서쪽으로 올라가면 층계집이 나오는데 이 층계집 앞에는 60대 이상의 할머니들이
나와 계시다.
이중에 80이 훨씬 넘으신 왕언니가 계신데, 이분이 나와 가까운 왕초 할머니다.

오십이 넘은 막내아들이 지금도 장가를 가지 않아 늘 상심이다. 할머니는 아직도 정정하시다.
내가 지나가면 내 손목을 잡아 끌어당겨 쉬었다 가라고 하시며 내 등을 두드려 주신다.
장가 못한 막내아들보다는 비록 남이지만, 장가가서 자식 낳고 사는 내가 대견스러운 모양이다.


층계집 앞에 잠시 쉬었다가 은행나무쪽으로 올라가려면 조금 가팔라진다. 숨이 턱에 차는 층계를 올라가면
큰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거의 중림동 정상이다.

한 삼백년 되었을까? 여름에는 동네 사람들의 피서지이기도 하고, 옆집 기와장이 윤노인의 명당자리이기도 하다.
서울에 궁궐이면 궁궐, 제동, 계동, 원서동의 기와지붕은 자기 손이 안 간 데가 없다고 윤노인의 입에 침이 마른다.
몇 년 전만해도 작은 일쯤은 해냈는데 요즘 와서 아랫도리가 풀려 사다리를 오를 수가 없다고 한다.
삼십여년 전 중림동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도 강인해 보였던 윤노인, 이제는 어깨에 힘이 빠지고 초라해 보인다.


은행 나무 오른쪽 집은 혜령이 할머니집이다. 한 여름 은행나무 밑에 등의 땀을 말리려고 앉아 있으면,
어느 틈에 혜령이 할머니가 미숫가루 냉수를 한 대접 갖고 나온다. 오나가나 인정이다....(김기찬 '작가노트' 중에서)

 

 

 

 

 

 

 

 

 

 

 

 

 

 

 

 

 

 

 

요즘 들어, 사진인구가 천만이 넘는

디지탈의 시대...

 

많은 이들의 사진을 보며 느끼는 안타까움은

망원렌즈로 그들을 몰래 담아, 마치 서민의 삶을 담은 것처럼 하는 거짓된 사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사진들을 보면, 도대체 무엇을 담고자 하였는지 이해도 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하고 여전히 공부를 해야하는 사진가이지만,

간혹 사진을 하는 지인들과 후배들에게 하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표준줌렌즈 기왕이면 18 ~ 55mm, 일명 번들렌즈라 불리우는 렌즈로

피사체에 먼저 다가서면서, 피사체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며, 사진생활을 하라고 합니다.

 

55mm 렌즈로는 사람들을 몰래 다가가 사진을 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담으려면 그분들에게 다가가 양해를 받고 공감대를 거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사진은 더욱 빛이 나게 되고,

사진사의 내공은 무르 익어가는 거라 봅니다...

 

저 역시도 55mm 렌즈로 오랫 동안 사진생활을 하다가

불과 얼마전에 17 ~ 70mm렌즈로 변경하였습니다.

 

다음에 70mm 렌즈가 제게 새로운 세상을 보라고 말해준다면,

그때엔 또 새로운 렌즈가 가족으로 영입되겠죠...^^

 

 

 

 

 

 

김기찬 사진작가님의 골목풍경...

 

구수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 이러하신 분들이 있기에

사진하는 우리네들은

 

눈을 뜨게 되겠죠... 고마우신분들... ^^

 

 

 

ps

 

사진을 좋아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훌륭한 작가님들을 소개하고자 사진을 올렸습니다.

혹여나 저작권으로 사진 게재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바로 사진을 지우겠습니다. 

댓글